손원임의 마주보기 - 노화와 우아한 삶(하)
사람들이 은퇴하면서 하는 말 중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바로 “나는 이제 내 인생의 제 2막을 아주 멋지게 살 거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몸과 마음과 정신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고는 잔뜩 부푼 기대로 세웠던 계획들을 수정 또는 포기하고 실망과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나 역시 교수로서의 바쁜 삶으로부터 은퇴한 후, 배가 나오고, 열정은 많이 식었으며, 건망증은 물론이고, 가끔은 뇌에 낀 안개, 즉 ‘brain fog’로 정신이 멍한 느낌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있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 2막의 목표를 “우아한 삶에 두자”는 것이다. 나는 ‘우아한 삶’의 첫번째 법칙으로 건강한 몸 관리를 강조했다. 그러면 두 번째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신의 줄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적 소양’을 꾸준히 키워야 한다. 정신의 건강은 신체의 건강과 아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자주 움직이고 사지를 잘 사용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는 뇌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손의 사용은 뇌의 발달을 자극하고, 우리 뇌의 연결 회로를 지하 속으로 흐르는 매우 굵은 케이블처럼 더욱 단단하게 강화해 준다. 왜냐하면 우리가 양손을 쓰는 활동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우리의 좌뇌와 우뇌 둘 다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늙어가면서 손목이 아파오고, 손의 근력이 떨어짐을 고려해서 자신에게 맞는 재미와 취미를 찾아보자. 이에는 가벼운 운동은 당연하고, 뜨개질, 정원 가꾸기,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집안 청소 등을 들겠다. 젓가락질이나 글쓰기를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가며 가끔씩 해보는 것도 괜찮다. 최근 지미 카터(Jimmy Carter, 1924~2024), 미국의 제 39대 대통령이 별세했다. 카터는 100세를 일기로 정말 장수했다. 그는 인생의 2막에 인권의 증진과 비영리 주택 기구를 위해서 일했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특히 나는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무주택 저소득 가정을 위한 사랑의 집을 짓기 위해서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망치를 들고 손과 머리와 몸을 썼다는 데에 매우 감동했다. 이처럼 노년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조금씩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지미 카터가 현대의학의 ‘면역요법’의 상당한 진전과 성과로 인해서 2015년에 전이성 흑색종을 치료했으며,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세번째는 ‘자중’이다. 사람은 늙으면서 자중하는 삶을 살아야 아름답다. 자중은 자아를 소중히 여기고, 매사에 언행과 행동을 신중하게 하며, 남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즉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때로 자아를 지키는 것에는 능해도 상대방의 인격 존중에는 신경을 덜 쓴다. 이것이 모든 문제의 ‘씨앗’이다. 따라서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잔소리를 삼가야 한다. 나는 모든 인격 존중의 시작은 ‘자성’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고 우리 마음 속을 다스릴 수 있으면, 타인을 쉽게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머와 융통성으로 우아함을 화려하게 꽃피우게 된다. 우아는 여유와 포용력에서 ‘빵빵 팡팡!’ 풍기는 법이다. 지금까지 겸손한 마음으로 노화를 ‘우아하게 늙어가기’에 비유했다. 그리고 이 우아한 삶의 방법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즉, 건강한 몸 관리, 지적 소양 쌓기, 자중으로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노화의 의미를 달리 가져갈 수 있지만, 이런 몇 가지만 실천해도 우아한 삶의 기틀을 든든하게 다잡아 갈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실천 방안은 바로 교육에서 항상 강조되고 반복되는 ‘지덕체’로 귀결된다. 이는 인간의 심신의 건강은 ‘신비롭고 매우 복잡한 미로’처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충분히 이해되는 점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삶이 그대를 속이고 까맣게 엄습해오더라도, 세월과 함께 몸과 마음이 지쳐서 힘들고 슬퍼지더라도, 우리 스스로 뱃심, 멋, 긍정적 자세, 지혜로 대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 조금 더 용기 있게,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우아하게 늙어가자.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노화 교수 교육학 위스콘신대 교육학 지미 카터